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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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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잡설

먼저 대학, 당신들부터 냉정하게 돌아보자..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5. 9. 15:26

한참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클래식이나 발라드는 고상하고

뽕짝이나 댄스는 저급하다는 말을 할 때,

또는 그런 태도를 내비칠 때마다 속으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붙는 음악들..

눼, 그 시절엔 다 돈받고 만든 거죠.

가난에 찌들어도 타오르는 예술혼!

그딴 쑥과 마늘로 종자변환을 이룬다는 신화적 서술이 판을 치더라도

그들은 돈을 덜 받았을 뿐이지

(실제로 고호도 돈은 좀 만졌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비해선)

오로지 예술혼으로 뭘 했다는 말은 성립 조차 안됩니다.

오히려 현대의 잘난척 하는 사람들보단 

이탈리아 르네상스 사람들이 더 깨어있는 듯한 

이런 시대적 퇴행은 뭐랄까 그저 웃어야 한달까.

일부 배웠다는 사람들의 그런 태도는 솔직히 역겹기까지 합니다.


학문도 그래요.

뭐가 더 숭고하고 덜 숭고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가치를, 살아가야할 이유를 이끌어내는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한

나름의 가치는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자기가 하는 분야에 대한 '순수한' 자부심과는 별개로요.


한국사회가 재미있는 건

상업적인 것은 뭔가 덜 떨어지는 거라는 말과

눈에 보이는 환금가치가 없는 것은 쓸모 없다는 생각이 공존하고 있고,

또, 하나가 나대면 하나는 잠자코 있어주던가하는 것이 아닌

둘이 한꺼번에 동시발광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잇단 폐지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오늘 서울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아닙니다.

십년전에도 호서대 철학과가 자진 폐과를 결정했지요.

학생들도 여기저기에 재배치하고 

교수들도 중국철학전공자는 중어중문학과, 

심지어 컴에 밝은 분은 컴공과로 갔다는 풍문을 듣기까지 했습니다.

그해, 세종문화회관 뒤 편에서는 전국 철학과가 집결해 시위를 하기도 했지요.

인문계의 학과들이 위태로운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인문학의 위기와 인문학도 취업의 위기를 구분못하는 현실에서

똑같은 소리 왱알왱알 하고 싶지도 않아요.

또, 이공계가 우리는 죽어간다고 하고 있다고 하고

상경계가 말아먹은 거 욕할 때는 문과라고 싸잡아 욕 먹을 때

우리는 이미 사산, 아니 중절당한지 오래라고 이야기 반복하고 싶지도 않아요.


인문계에 대한 강간살인이 어디 하루이틀 문제냐? 저작권은 원작자, 출판사, 배급사, 제작사에..


그리고, 왜 인문학이 숭고한가 이딴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아요.

왜냐고요?

이공계가 열심히 만들어 돈벌어줘야 그 양분 빨아먹으며 살 수 있거든요.

이공계든, 상경계든, 아니면 자연과학이던

모두 인간의 학문이라는 점, 사람의 살림살이랑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인문학 자체로는 홀로 살아갈 수 없으니

우리도 뭔가 방향성을 제시해주고(이건 인문학만이 할 수 있어요)

저들의 노력의 댓가를 같이 공유한다고 보는 입장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선 짐순이도 대륙 반대편 수백년전 르네상스 인의 적자입니다)

다만 방향타 없는 진보는 3D 프린터로 권총 만들어 이 기술을 뿌리겠다는

아메바나 플라나리아가 친구도 안받아줄 어느 병신들같은 괴물만 낳지요.

눼눼, 그 얘기 그만 합시다.


워낙 역사가 깊은 인문학 밟기니 패스하고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비싼 돈을 받는 대학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냐는 겁니다.

그들이 경제 논리를 들어 돈을 받아간다면 그만큼 경제적 기여를 해야지요.

앞서 댄스곡 이야기를 한 게

정말 잘만든 댄스곡은 '내가 너희들을 뽕가게 해줄테니, 대신 돈만 내'라는 열의가 느껴지거든요.

서로가 서로에게 그만큼 충실한 계약관계죠.

가끔 상업적이란 말만 들으면 경기하는 똘추들이 있는데

그 예술적 작품도 조낸 상업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절멸한다고요.

그 시성이라는 두보도 지은 시의 8할은 스폰서 해달라는 십니다.

(곽말약이 이걸 조낸 디스 했지만 그러는 당신도 떳떳하진 않지..썅!)

서로가 속이지 않는 계약은 어느 예술이나 학문 만큼이나 숭고한 겁니다.

용필 할배의 노래에 나오는 고호도 조낸 그려서 팔아야 물감을 살 수 있었거든요.

슈베르트의 가곡도 어디 공용 게시판에 자유 펌질용으로 올린 건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앱등이들과 삼엽충들에게 욕을 덕용포장으로 먹고 있는 

삼성과 애플 조차도 최소한의 상업적 AS는 있다는 겁니다.

이건 순환하는 생태계와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며 쌓는 것이거든요.

자본의 시대에 있어 기업들은, 최소한 냉전 이후의 자본주의 기업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빨대를 꽃고 있지만

적어도 해야할 때는 조금이라도 움직입니다.

때로는 초등학교나 겨우 나온 일개 택시기사가

쁘띠거니의 거대기업과 싸워 승리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대학은???

그냥 학생들 등록금 쳐묵고, 

별로 돈도 들어가지 않는 대학원생들에게 그 배에 가까운 돈 받아쳐먹고,

(요건 인문대에 한정합니다. 이공계는 돈을 더내지만 많이 쓰더군요... 학교 시설을)

어디 인맥 필요한 아자씨들 경영대학원이니 뭐니해서 돈받아 쳐묵고..

돈걷을 때만 상업적 논리 내세우고 뭐하자는 겁니까?


말꼬리 -----------------

더 웃기는 건 신문 기사 제목에 경을 친다는 말을 써놓고도

그게 맞는 표현인지 틀린 표현인지 

기사 올라온지 반나절이 지나도록 알지도 못하는 걸 

기자라고 배출한 대학도

저 기사를 읽은 사람들에게, 서울신문사에게

뭔가 상응하는 배상을 해야하는 건 아닌가???????????????

(저런 제목을 걸러내지도 못하는 편집장도 제정상은 아니다만..)


니뮈 19-1! 

한글 신경도 안쓰는 주제에

영어 철자, 억양, 강세 틀리면 개난리를 치는 나라에서

국문학과 하나 없어진다고 뭐가 대숩니까.

과연 이 나라에서 영어공용론 편 복거일을 욕할 자격은 대체 몇 명이나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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