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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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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잡설

정보는 자기 스스로 챙기세요..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5. 11. 13:46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중에 이런 것이 있었어요.

지구는 시리우스랑 기나긴 전쟁을 벌였고

결국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지요.

소설은 그 다음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사령부의 참모들이 누가 이 전쟁에 기여했는가

누가 최후의 결판을 내는데 가장 큰 기여했는가를 가지고 다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썼지만 소설에서는 조용하게 말해요. 막상 좋은 어휘가 떠오르지 않다보니;;)

사실 지구 군의 수퍼컴퓨터는 살짝 고장이 나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잘못된 데이터를 고쳤다거나

잘 안돌아가는 놈을 어떻게든 고쳤다던가

사실 막상 총을 들고 싸우던 저 아래 병사들이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가 나옵니다.

(수퍼컴따위는 장식이라구! 아랫 것들은 그걸 몰라!!)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총 사령관이 입을 엽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나는 그 컴의 데이터를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어. 내가 믿은 건 이거지."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매우 낡은 동전 한 닢.


방금 전 마루토스님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떠오른 생각인데

물론 짐순이부터가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정보의 보고라고 봅니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에게 주는 로즈 장학금을 탄 학생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상을 탄 사람 중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있지요)

"나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다"

아마 지금 글을 쓰는 커피점 밖에서

열심히 화면만 쳐다보는 사람의 상당수는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물론 인류 역사상 이만큼의 양의 정보를 모으고 또 그걸 공개한 것은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이후로 처음일 것이고

지금까지 나온, 살아남은 모든 정보가 넷에서 서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터키에서 인류 최초의 농경마을을 조사하고 있는 실황도 넷을 통해 볼 수 있지요.

예전엔 중국 25사 영인본 전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자랑이었는데

요즘은 대만중앙연구원에 접속하기만 하면 검색도 되지요.

(다만 리뉴얼한 후 좀 불편해졌지만요)

넷을 통해 긁어 모은 학술지나 학위논문 덕에 장서보유수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서울대, 포항공대 도서관에는 10년전 저널밖에 없었습니다.

현 국편위원장이신 이태진 선생님같은 분은

조선왕조실록 완독자라고 자부심을 가지시죠.

그 분이 골방에서 힘들게 한장 한장 넘기던 실록을,

그것도 한글 번역본으로 가볍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맞아요.

넷은 광대해요.

하지만 그 광대한 바다물을 그대로 마시 수는 없어요.

소금기를 그대로 마실 수 없으니 어떻게든 민물로 만들어야지요.


출처는 극장판. 저작권은 원작자, 제작사, 배급사에 있습니다.


여기에 그 정보를 판단하는 인간의 머리가 필요한 겁니다.

그냥 지식의 양이 인간의 지성을 헤아리는 기준이 된다면

공각기동대의 전뇌 세상(또는 전뇌코일의)은 지성으로 가득한 낙원이 되겠지요.

모두 전뇌와 넷으로 해결되니 모두 다 그때그때 다운받으면 될겁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똥인지 된장인지는 누가 판단해주나요?

앞서 말한 곳은 그나마 전문가들이 수정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이용합니다.

올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구분을 합니다.


언젠가 파코즈에 윈XP 시작단계에서 파란 바탕에 좌측상단만

하얗게 처리한 부분이 있는 테마를 두고(루나테마라고 하데요)

윈도 커널 상의 버그라고 글을 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걸 누군가는 파코즈라는 전문 포럼에서 봤어요..라고 글을 퍼날랐습니다.

노트북이 막 대중화되던 시절에 게시판에 나돌던 이야기는 정말 괴담수준이었지요.

불량화소는 대화면의 모니터를 통해 작업해야하는 어느 웹디자이너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버린 우습지도 않은 폭풍이었지요.

그외에도 뭐는 뭐다. 이거는 그거다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넘쳐났죠.

마치 실라캔스처럼 그 중 일부는 아직도 넷의 바다에서 유영 중입니다.


정보는 많아요. 맞아요.

그런데 너무 많은 정보를 인간의 두뇌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가끔 고해상도만이 진리라는 바보들이 있는데 그러다 망가져요..)

또 그게 뭐가 된장이고 똥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요.

아예 틀린 자료가 공신력있는 것 처럼 위장하고(트로이목마냐??)

널리 퍼지는 경우도 많아요.

제발 부탁드리는 건 그걸 판단하고 취하는 건 결국 자기 몫이라는 겁니다.

그게 맞는지 교차검증할 시간과 노력도 들여야하고

또는 그게 올바른 이야기인지 판단해야 하는 고민의 순간도 필요해요.

지식, 지식을 강조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지혜입니다.

그건 학위 학벌과 전혀 무관합니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그렇습니다.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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