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대동지지에서 볼 수 있는 현실과는 다른 기록.. 본문
진주 (22종)- 죽竹. 칠漆, 닥나무楮, 감柹, 차茶, 잣海松子, 석류榴, 송이버섯松蕈, 석이버섯石蕈, 오미자五味子, 생강薑, 꿀蜂蜜, 매실梅實, 웅담熊膽, 녹용鹿茸, 백토白土, 청각채靑角, 미역藿, 김海衣, 전복鰒, 해삼海蔘, 문어文魚
강릉 (41종) - 산뽕나무(활대)弓幹桑, 죽화살대箭竹, 잣海松子, 오미자五味子, 자단나무紫檀, 황양나무黃楊, 인삼人蔘, 복령茯苓, 지치紫草, 송이버섯松蕈, 석이버섯石蕈, 꿀蜂蜜, 지실枳實, 석종유石鍾乳, 새박뿌리何首烏, 백화사白花蛇, 해달海獺, 소금鹽, 미역藿, 세모細毛, 김海衣 해삼海蔘, 전복鰒, 홍합紅蛤, 문어文魚, 삼치麻魚, 방어魴魚, 광어廣魚, 적어赤魚, 고등어古刀魚, 대구大口魚, 황어黃魚, 연어鰱魚, 송어松魚, 은어銀口魚, 누치訥魚, 열목어餘項魚, 회세조개回細蛤, 밥조개積穀蛤, 순채蓴, 마麻
춘천 (17종) - 마麻, 면綿, 칠漆, 잣海松子, 오미자五味子, 지치紫草, 인삼人蔘, 복령茯苓, 송이버섯松蕈, 석이버섯石蕈, 영양羚羊, 꿀蜂蜜, 당귀잎辛甘菜, 나도갱이山芥, 눌어訥魚, 열목어餘項魚, 쏘가리錦鱗魚
대동지지에 나오는 춘천의 특산물 기록
요즘 대동지지를 읽고 있습니다.
고산자 김정호가 철종연간에 저술한 지리지입니다.
그의 대동여지도가 워낙 유명한 바람에 또 다른 지도인 청구도와
지리서인 대동지지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역시 조선 후기 지리학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지리학의 성과물이죠.
(어찌된 게 대동여지도는 없는데 청구도와 대동지지는 복사본을 샀습니다..
평소에 책장에 꽃힌 대동지지를 보며 언제 보냐. 돈이 튀냐. 이랬건만
어찌되든 산 책은 보게 되네요)
경상도부터 시작해서 강원도, 그리고 경기와 충천, 전라도를 돌고 있는데
좀 재미난 것을 찾았습니다.
강원도야 워낙 먹을 게 안나오는 동네란 건 상식 중 상식입니다.
그 중 영서는 정말 먹을 게 없구요.
지금의 강릉, 삼척권인 영동지역은 그나마 풍부합니다.
그건 알아요.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영서와 영동의 차이는 그야말로
황산벌에서 백제군의 거시기가 신라군을 행해
우리는 밥상을 차리면 반찬이 40개다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영남과 호남의 차이와 같습니다.
영서와 영동의 차이는 원체 알고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영서와 경남지역의 특산물 차이도 꽤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경남의 대표적인 군현인 진주를 제외하곤 그외 지역은 정말 반토막입니다.
(뭐 지금도 경남 산간지역은 강원 영서수준으로 상황이 나쁜 건 감안하더라도)
그나마 위의 예를 든 진주가 제일 많고 다른 지역은 10개도 안되는 곳도 많아요.
하지만 강원 영서마저도 경상도 어지간한 군현을 발라버리는 이 차이는 뭘까?
물론 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기록을 보면 저런 차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역시나 강원도는 강원도고 경상도는 강원도보다 앞섭니다.
거기다 웃기는 것을 들자면
경기도는 강원도보다 나오는 것이 더 적게 기록되며(진짜라능)
정말 먹을 거, 특산물이 가득한 전라도를 들자면
그렇게 압도적으로 나오는 게 없어요.
(물론 압도적인 생산량을 자랑하는 쌀은 특산물 목록에 없지만)
당시는 전라도의 한 군이없던 제주지역만 전국 최다의 특산품을 자랑한달까..
그냥보면 강원도는 정신승리를 할만 합니다.
만약에 신증동국여지승람같은 지리서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대동지지만 남는다면 강원도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근접한다는 결론이 나올 겁니다.
(미국인들은 비만과 콜레스테롤이 흐른다고 하더군요)
아마 조선시대판 환단고기 같은 책이 있어 한반도의 중심 강원도를 외쳐도
그 누구 하나 토를 못달껍니다.
(섬을 포함하느냐 한반도 본토만 포함하느냐에 따라
가평이냐 양구냐 두 지역이 가끔 싸우는데
짐순이는 그럼 그 중간인 춘천으로 하자는 주장을 '혼자' 합니다. -_-;;)
우선은 저 지리지기록들의 토산 항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죠.
정말 강릉에서 소금이 특산품이냐
물론 바닷물이니까 생산할 수는 있습니다.(이른바 '어밀레'하면 됨!)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서해에서 생산하는 게 가장 편하죠.
미역과 김도 나옵니다.
정말 그건 해초니까 아주 없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강릉이 남해안처럼 김과 미역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라고
그 누구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경상도의 토산이 적은 건 확실한 것만을 적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대동지지에서는요.
강원도는 채산성 문제를 떠나 나오기만 하면 적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우리도 어중간히 산유국 주장도 할 껍니다.
60년대 세계 2위인가를 달리던 충북 상동의 텅스텐, 지금도 캐나요?
춘천과 강릉에 인삼이 나옵니다.
경기 개성이라던가, 전북 금산이라던가, 경북 풍기같이 대량 재배하는 건
김정호의 시대에도 아니었을 겁니다.
산에 가서 샅샅이 훓으면 나올 겁니다.
눼, 춘천부사나 강릉부사가 조낸 굴리면 한 두 뿌리는 건질 수 있었겠죠.
"어서 찾지 못할까! 김좌근 대감께 바칠 것이니라!"(그땐 안동김씨 세도기였죠)
또, 저런 특산품은 주로 세금징수관련 근거자료니만큼
일반적으로는 정신승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없는 물건 가져오라고 닦달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저런 현물세가 가장 가혹한 세금이었습니다. 괜히 대동법 만든 게 아니어요)
전근대시대 사람과 지금 사람의 기록의 정확도에는
뭔가 미묘한 관점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고려 무신정권기에 이규보는 당뇨로 인한 안질을 심하게 앓고 있었습니다.
최의였던가 그 당시 집권자는 이규보를 아껴서
그에게 동남아에서 수입한 약재를 선물합니다.
너무 행복한 이규보는 그 걸 의원에게 가져가니 짝퉁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도 잘 먹은 것 같습니다. 사랑이 담겨있으니까~~~. Ang?)
그런데 조선 전기 자료인 신증 동국여지승람에서는
그 약재가 전라도 어디에선가 나옵니다.
뭐, 가능성은 여러가지죠.
그 열대성 약재가 조선시대쯤에 기후의 변화로 남해안 지역에서도 자생하게 되었던가
나오긴 하지만 강원도의 소금이나 인삼같은 것이라 그닥 경제성이 없거나.. .
하여간 그 기록을 가지고
그 당시 고려인은 외국 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들이라고 공격하면 안된다는 거죠.
갑자기 삼국사기 블로그, 김부식빠수니 대본영같은 이곳에서
쌩뚱맞게 조선시대 지리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네뇬부터가 고대사 책은 안보고 이걸 보고 있지 않느냐!!!!!!!!!!!!!!!!!!!!!!!!!!)
기록을 기록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그니까 늘하던 이야기의 새로운 땜빵용 버전. 오!)
기록만 보면 강원도 영서는 최소한 충청도, 경기도랑은 맞먹을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도 알 수 있는 상황,
다른 지리서와의 비교를 통해서 그건 있을 수도 없는 환상이란 결론이 나오지요.
고대사 기록은 이렇게 교차검증할 것도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사료에 대한 매우 갑갑한 수준의 조심스런 연구 없이
대충 사료나 암기하고 자기의 논리에 가져다 맞추면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지요.
제발 그런 거 좀 안봤으면 합니다.
정말 암기만으로 공부가 된다고 주장하고
혼자 진실을 찾는 구도자인 척하는 거 보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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