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전쟁이 갈라놓은 사람들을 보며.. 본문
오늘 밤새서 해야할 것이 있어서 울진 숙소에 들어와서
맛이간 노트북이 정줄을 차리길 기다리며(아마 윈도 파일을 건드려서 그런듯)
TV를 틀어놓고 있어요.
갑자기 70년을 이사못하는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더니
남에 남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분들에 대한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노트북이 좀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너무피곤해 핫식스 한 잔 빨았는데
아.. 눈에 습기 차네..
어릴 적부터 행복을 바라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권력의 욕망이 어떻게 파국을 맞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사기나 다른 역사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운명이
그렇게 어린 맘에도 숙연하게 했달까, 서글펐달까..
가끔 인용하는 트로츠키의 말도 그런 과정에서 찾은 말이지요.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겠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지"
정말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저 말이 가진 무게를 무겁게 느껴집니다.
왜, 사람의 행복하게 살고픈 간소한 소망은 항상 짓밟히는 것일가요?
칼을 무서워해서 조금 깡따구가 생기던 무렵까지
집에 무딘 가위만을 들여놨던,
아니 지금도 젓가락만 봐도 솥뚜껑 보고 놀라듯 하는 아해가
칼을 다루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고,
여전히 원초적인 두려움을 가진 주제에
이 칼은 타격이 가능하네 마네 이러고 있지만..
(손잡이와 칼날의 비율에 따라 오히려 공격자의 손에 큰 충격이 오지요.
그 놈의 애니는 다 개뻥이죠. 차마도는 개뿔)
전쟁을 즐기듯 바라보지 않는데는 그러한 것이 작용하긴 합니다.
정말 역사는, 아니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인 무언가가
인간들의 소박한 꿈을 뭉개고 있어요.
역사는 그 비극들을 말 없이 기록할 뿐이죠.
요즘 잠시 쉬고 있지만 삼국사기 읽기에선 설씨녀의 인생역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역사라는 것이 현재와 멀면 멀어질수록
사그러드는 불길처럼 점점 희미해지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겨우 살아남는 것은 신과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거나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규칙들만 살아남습니다.
고대사의 특징이 멀면 멀수록 사람 냄새가 희미해집니다.
그래서 가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은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합니다.
게다가 약간은 행복한 결말입니다.
(왜 약간인지는 그 글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이야기하겠지요)
지금 보이는 현실 속의 사람들은 서로 만나지 못했는데
이 옛 이야기 속 사람들은 만나긴 했습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셨던 그 분들 중 몇 분이나 찰나의 해후라도 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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