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다는 것, 그리고 전쟁에 나선다는 것.. 본문
이 전투에서는 적을 몇 명 죽였는데 아군은 몇 명 죽었는가,
무기와 보급은 어땠는가,
이 전투가 전쟁의 향방을 얼마나 좌우하는가...
언젠가 손대볼까 했던 역사상 전투에 대한 원서를 볼 때마다
이거 맘 아플 일 없고 참 편하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어느 땐가 전쟁을 하지 않거나 져야하는 것과
이겨야 하는 것으로 구분하는 버릇도 생겨났습니다.
(져야하는 전쟁은 이기면 더 많은 전쟁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학교의 건달들 만화에서 하나 깨부시면
다음 편에서 또 다른 놈이 도전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것은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의 맘 편한 이야깁니다.
정작 그 전쟁에 나서는 사람은 모든 것이 필사적입니다.
영화에서 볼 때와 달리 화살/총알은 정말 무섭게 날아옵니다.
바로 앞에 퀭한 눈의 적이 내 가슴을 노립니다.
그리고 그곳을 지켜야 사는 자와
그곳을 빼았어야 하는 자의 의지와 욕구가 충돌합니다.
한가하게 야구경기를 관전하듯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모두 탁류에 몸을 던집니다.
전투 전 날 술에 몸을 맡겨 두려움을 애써 잊으려 하고
또는 일부러 위악스런 노래로 자신의 다가올 미래를 비웃기도 합니다.
또는 아예 두려움이 없다는 듯 결연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지옥에서 인간의 위대함과 지성과 사랑과 예술을 이야기하긴 참 어려워 보입니다.
음악이 좋아서 좋아하기도 한 NHK 대하드라마 풍림화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인적인 은원도 잊고 다케다 가문에 뛰어든 야마모토 간스케가 주인공입니다.
(다케다 신겐의 아버지가 임산부의 배를 갈랐다는 이야기를
야마모토 간스케의 이야기로 묶어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그의 주군인 다케다 신겐은 처음 거둔 성공으로
약간 우쭐해집니다.
진중함을 권하는 가신의 말을 듣지 않고 전쟁에 발을 들여놓는데
그걸 막아야할 간스케가 간언하지 않자
노신 아마리가 따지지요.
왜 알만한 놈이 막지를 않느냐고요.
간스케가 이번에 져봐야 정신차린다는 말을 하자
아마리가 피를 토합니다.
닥쳐라!
너는 지는 전쟁도 그 아무것도 모른다.
네게는 전쟁 따위 내기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을지 몰라도
네 뒤의 사나다도노나 아이키도노에게 물어보아라.
어째서 지금은 예전의 적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두, 자신의 처자식이 소중하고영지가 소중하다 .
자신만이 소중한 너와는 틀리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너이기 때문에
주군을 멈추게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잘 들어라.
전쟁의 승패는 자신이 누굴 배반하고 배신당하는가가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도 아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을 것 인가다.
지킬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전쟁이다.
무라카미의 목은 우리 가이국의 수만명의 목숨과 같다.
- 풍림화산 27화 중에서
결국 벌어진 전투에서 신겐의 가이국을 지탱하는 노신 둘이 죽음을 맞고
자만에 빠진 젊은 호랑이는 정신을 차립니다.
지켜야할 것, 적장의 목이 우리 백성 수만명의 목슴과 같다는 말을 듣자니
오히려 전쟁은 매우 신중히 결정하자던 손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안할 수 있다면 안하는 게 낫다.
적국에서 뺏는 식량 하나가 자국에서 보낸 식량 스물과 맞먹는다.
뭐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게 최선입니다.
점점 시대가 흘러갈 수록 희생의 규모는 전지구적이 됩니다.
그러나 해야한다면 이겨야 합니다.
어차피 이겨도 져도 ㅂㅅ이 된다면 이기는 ㅂㅅ이 되라는
웹에서의 격언은 여기에도 통용됩니다.
자꾸 먼 곳에서 바라보는 위치에서 역사를 읽자면
지나치게 건조하게 변합니다.
병사를 바이트나 픽셀로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해온 짐순이에게도
그것만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말꼬리 --------------------------------------
풍림화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저 대사가 나올 때 흘러나오는
生きる라는 곡인데 이건 유튜브에도 안올라오네요.
뭔자 비장함을 느끼고 싶을 때 주로 듣는 곡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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