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북한 역사학의 이해 1 본문
1990년대에는(짐순이가 호랑이 우유병 젖꼭지 빨던 시절) 북한의 연구성과가 물밀듯이 소개되었습니다. 북한의 공식 통사인 조선전사를 비롯, 박시형이나 김석형 등의 고전적인 연구서, 그리고 최신 자료들도 많이 나왔지요. 특히나 고고학과 고대사는 북한자료의 홍수가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현장에 대한 감각은 커녕 그런 자료가 있었는가란 문제에 빠져 있었거든요. 신라나 백제사의 연구가 문자자료 뿐만 아니라 고고학 자료의 개발과 함께 타오른 것을 생각하면 고구려사연구는 1990년대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개, 그리고 직접 볼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서야 타오를 수 있었지요.(그런게 그 시점이 지나 동북공정이 터져 너도나도 고구려사 새싹들의 양분을 앗아간 건 별개의 문제)
하여간 영인복사한 책들은 물론 정식 출판된 것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 북한과의 관계가 호전됨에 따라 직수입을 하고(정치군사같이 민감한 부분이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입수가능했습니다), 북한의 연구자와 출판계약을 맺고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나온 책들은 김일성/김정일 교시라는 것을 삭제하고 펴냈지만 21세기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죠. IMF로 상처받기는 했지만 적어도 북한은 압도한다는 자부심의 흔적이랄까.. 이 얘긴 전에 했던 이야기의 반복이니 본론으로 넘어가죠.
이렇게 북한의 연구성과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니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해야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그들의 연구사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어떤 역사/사회적 환경에서 사유를 만들어내는가.. 이런 것을 이해해야 온전히 그 저작물들을 흡수할 수 있거든요. 사실 E.H. Carr(이 블로그에선 그저 칼슘할배..)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냥 누구누구는 이런 이야기했다.. 이런 식으로 연구사정리를 하면 편하죠. 그렇지만 그건 중딩들도 시키면 합니다. 연구자라면 그는 어떤 배경에서 이런 입장에 속하였고, 그가 속한 연구집단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나.. 이런 문제들을 이해하는 것에서 진짜 연구가 시작되는 거죠.(하다못해 이웃집 옵하를 꼬실라해도 뭘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시작하죠. 예를 들면 초컬릿을 먹으면 죽는 체질인데 발렌타인데이라고 그걸 줄 순 없잖아욧! 락음악을 좋아하는데 이박사 시디를 사줄 수도 없고!)
일찍부터 이런 연구성과 정리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륙연구소나 역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에서 북한의 역사학계의 환경, 연구사, 개별학설의 전개과정 등을 소개하는 책들이 나왔습니다. 그외에도 개별적인 논문도 나왔지요. 왜 이런 책이 나와야 하느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뭔가 연구성과를 접할 때, 그에 대한 연구사적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깊은 내용이나, 어쩌면 행간에 숨은 의도들까지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해당 저술의 논리에 그냥 끌려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앵무새가 아닌 주체적인 연구자라면 이걸 등한히 하면 안 되죠.
문제는 북한의 연구성과의 경우 위에서 말한 이상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마치 연구사적 정리 없이 일본서기를 읽고 ‘그냥’ 인용하는 것과 같은 난감한 사태도 벌어지죠.(이글루스에선 주화입마에 빠진다고 표현하데요) 우리가 ‘수령님은 나뭇잎으로 대동강을 건너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셨고, 장군님은 축지법 쓰시네~’같은 신화를 곧이곧대로 믿을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이 말대로라면 맥가이버는 천지창조주입니다)
우리는 고조선부터 신라 하대까지 고대사로 보지요(물론 삼국통일까지라고 보는 학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은 고조선이 고대이고 삼국초부터 조선멸망(엄밀히 말하면 제네럴 셔먼호사건까지)까지 중세로 봅니다. 우리도 고대・중세・근대라는 3시기법에 기반한 시대구분법을 쓰고, 걔들도 표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그쪽은 다른쪽으로 접근한 것이지요. 맑스-엥겔스, 아니 헤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관점에 주체사상이라는 것이 첨부되어 괴랄한 논리를 만들어내었어요. 제네럴 셔먼호 사건(뭐 김일성의 증조부인가가 앞장서서 싸웠다나 뭐라나..)으로 시작된 근세는 1945년에 끝난다고 보다가 주체사상이 유일교리가 되는 시점부터는 아예 1926년인가 어린 김일성이 ㅌㄷ(타도제국주의동맹)을 만든 때부터 현대가 시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아놔.. 외계 천체에 처음 내디딘 암스트롱의 한 걸음은 인류사의 전환점이기라도 했지.. 뭐 어느 왕국의 초대 건국자가 아무도 모르게 만든 게 역사의 전환이라니.. 아! 부카니스탄은 신정국가니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북한의 연구성과를 볼 수 없지요. 민족 또는 국가의 역사가 일 개인의 역사로 치환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무섭습니다.
(2편은 내일..)
말꼬리 -----------------
1. 저 위에 이야기한 북한의 역사학 관련 서적은 거의 가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나도 찾을 수 없군요. 단체로 월북한 것인가.. 무, 무서운 아이!
2. 교보에서 최근에 나오는 북한의 통사인 조선단대사를 판매합니다. 안양점에서 1, 2권을 보긴 했지만 웹에서 구하는 게 빠를 것 같군요. 다만 급격히 식어버린 북한에 대한 관심 덕분에 잘 알려져있지 못합니다. 어느 분과 대화하다가 모르고 계셔서 정말 놀라기도 했어요.
3. 모바일버전에서 어떻게 보이는 지 보기 위해 이 글만 평소와는 다른 문단배열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MS 워드를 매우 심하게 디스했지만 아래아한글이 떨어지는 거 있네요. 블로그 글 올리기.. 내일 글도 한글로 해야하는뎁... 아놔..
'한국고대사이야기 > 한국고대사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의 문화적 환경차이에 대한 새로운 설명법.. (12) | 2014.05.31 |
---|---|
북한 역사학의 이해 2 (2) | 2014.04.29 |
시대구분은 왜 필요한가.. (4) | 2014.04.10 |
귀족제 사회에서의 중앙과 지방.. (18) | 2014.02.03 |
간략한 한국고대사 개설을 올려봅니다.. (6) | 201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