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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수험용 한국사 교재에 대한 생각..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수험용 한국사 교재에 대한 생각..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 17. 07:11

수험용 교재들을 찬찬히 살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책상에는 한국사능력시험과 공무원 한국사책들이 쌓이기 시작했지요. 


한국사능력시험의 고급형은 수능보다 좀 더 어렵고, 공무원 시험보다 쉬운 난이도라고 합니다만, 실제로는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들과 함께 교재를 만들던 사람들이 교재를 만들면서, 어려운 책이 늘어났습니다. 어떤 책은 솔직히 백과사전 대용으로 쓰고 싶어질 정도로 자세한 것도 있습니다, 


사법시험도 아니고 공무원 시험으로 가면 정말 말이 안나올 정도로 세세합니다. 솔직히 말해, 뭘 이런 것까지 공부하고 그래..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지요. 뭐, 문제 하나로 사람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경쟁이니 변별력이 최대 가치가 된 것도 큽니다. 정말 그 세부 전공자나 알만한 부분을 많은 고시생들은 머리에 담아야 하죠. 그나마 전공자는 자기 전공만 파지 이건 전 시대 전 분야를 머리에 넣어야 하는데, 한국사만 하는 것도 아니고 과목이 몇 개야..


어떤 강사들은 남아도는 연구인력들을 자신의 싱크탱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 그들도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대신 그만큼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지요. 한 문제가 절실한 고시생/공시생들의 눈에 들려면 잘해야죠.


그런데 교재바닥이 어느 정도는 ctrl+c, ctrl+v로 이루어지기도 하다보니 좀 좋은, 정평난 교재가 한 번 오류를 범하면 수많은 교재가 그것을 따라합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우리나라에 출판 된 백여종 넘는데, 그 책들을 분석해보니 크게는 세 종의 책으로 뿌리가 좁혀진다고 합니다. 백여종의 번역이 이루어지면 오류도 백여가지 패턴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먼저 나온 책을 뒷 책이 베끼고, 또 그 책을 다른 책이 베낀 겁니다. 재미난 것은 이 바닥의 책은 일방적인 c, v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교차 현상이 일러난다는 것이죠. 사학사를 연구하는 쪽에서도 언젠가는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입니다. 현대의 한국사교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교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인식을 낳는가. 또 서지학적으로 교차 C&V 현상을 연구하는 것도 나올 겁니다.(다만 이런 일에 뛰어들 용자가 누가 될까나)


짐순이야 고대사밖에 알지 못하는데 그마저도 뒷 골이 아프기도 했네요. 백제의 요서, 규슈 진출을 이야기하기도 하고(원래 점령설이 비판을 받으면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경제적> 진출이라는 설명인데 짐순이는 그것마저도 회의적입니다만..) 삼국유사에 단 한줄 나오고, 학계에서조차 가설(연구자 마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합니다)에 머물고 있는 550년대 고구려와 신라의 밀약설이 정설이 되기도 하네요. 가장 머리가 아팠던 것은 통일신라의 지방제도를 흔히 9주 5소경이라고 하죠. 통일 이전 신라에는 2소경이 있었습니다. 강릉 근처 어딘가의 아시촌 소경, 또는 북소경, 그리고 충주의 국원경인데, 많은 교과서들이 동원경과 국원경이라고 해설하더라구요. 동원경이 뭐여? 바다 건너 성진국에 등원경(후지와라쿄)가 있는 것은 알건만 이건 뭐여? 그래서 뒤져보니 고려시대에 썼던 명칭이라고 하더군요. 적어도 동원경이라는 단어는 고대사에 존재하지 않아요. 누가 동원경이라고 적으니, 다들 동원경이라고 해설합니다. 문제는 강릉시쪽에서 내놓는 자료에서도 동원경을 본 적이 없던 것 같은데 말이죠.


원래 역덕이야 많았습니다. 진입장벽이 낮긴 하거든요. 공부해야할 것은 만지만 일반적인 부분에선 과학족보다 들어오기 쉽습니다. 물론 그 다음 단계로 가야하는데 암기가 역덕의 끝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게 문제죠. 그런데 요즘 들어 역덕들의 단어구사가 꽤나 정교해진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건 자발적 역덕이 아니더라도 많은 데이터를 머리에 담은 사람들이 양산되는 걸 체감했네요.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짐순이가 추천에 올린 책 속에서도 오류는 있어왔습니다. 학설 차이라던가, 입장이라는 면이 아닌 그야말로 사실 분석 차원에서의 오류 말이지요. 추천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현대 한국사학계가 내놓은 최고의 서적들에서도 약간의 문제는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학계의 저작물은 치열한 검증을 걸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오류라는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쪽은 그런 과정이 없습니다. 국정교과서같은 단일 교리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혀 맞지 않는 내용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머리에 담는 것은 좋지 않다 싶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의 경우 한국의 고대국가를 부체제론으로 이해하던 연맹왕국론으로 이해하던, 아니면 대왕집권체제로 보던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에 대한 이해 방향의 차이거든요. 그러나 암기의 영역에서 데이터가 다르면 문제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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