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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과연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 26. 01:34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인 하이드리히 랭은 숙청의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대목에서 오베르슈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도 완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다수 중의 소수가 지배하는 게계라고 하지요. 51:49로 51이 이겨도 그 51 중에 또 갈라지고, 또 거기서 다수결.. 이러다 보면 결국 극소수가 전체를 지배한다고요. 물론 여기서는 그것이 옳다 그르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물론 거대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주도한다거나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합니다.


캡쳐가 귀찮은 짐순이는 엔하위키에서 하이드리히 랑의 얼굴을 긁어옵니다.


오늘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과학 중 생물을 가장 싫어한 짐순이지만 최재천 선생님의 연구가 멀진 않아요. 요즘 통섭으로 알려진 그의 스승 에드워드 윌슨이나 그나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연구라서 어느 정도는 역사학의 입장에서 읽어볼만합니다.(그리고 한국의 연구자들 중 글을 평이하고 깔끔하게 풀어내는 편입니다) 



하여간 오늘의 기사는 현 시점의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가 이 기사의 핵심이지요. 다른 인간을 업신여기고 야비하게 이용만 하려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떠나, 과연 그 모델이 지향할 수 있는 모델이냐, 그런 추세가 장기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해 꽤 낙관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사회라는 것을 이루는 생명은 이타심을 가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죠. 갈매기와 돌고래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 특히 스승과 제자의 주 종목인 개미를 들어 설명하는 생명체의 이타성 문제는 꽤나 설득력이 있어요. 


그런데 대다수 역사학 연구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냥 머리 속에서 사기 열전의 맨 처음을 장식하는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 말미에 사마천이 토하는 격정이 떠오르죠. 도를 따르던 백이와 숙제, 그리고 공자의 애제자 안회는 굶어 죽지요. 그러나 사람을 해치던 도척은 3대가 잘 살았습니다. 사마천은 천도天道가 있느냐고 울부짖지요. 이후에 나온 역사책을 볼 필요 없이, 동양과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만 읽어도 정의는 없고 야비한 사람이 승리한 기록이 훨씬 더 많지요. 이건 사람이 개를 물은 것과 같이 희귀해서 많이 실린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만 살아남앗으니 역사에 기록된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생물은 인간과 달리 이타적인가. 적어도 영장류의 세계는 인간과 거의 같습니다. 인간의 잔악함은 언제부터였는가는 수세기 동안 인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된 화두였습니다. 인간의 폭력은 언제부터 비롯되었나부터요. 말콤 포츠와 토머스 헤이든이 지은 "전쟁유전자"만 봐도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의 상당수는 영장류 사회에서도 벌어집니다. 종족 청소, 학살과 적대적 구성원의 생식기능 파괴(결국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죽지만요), 다양한 가학적 범죄가 여기서도 벌어집니다. 범고래의 경우도 자기들 이익을 위한 범주에서만 이타성을 이용하지요.


짐순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신분입니다. 현대의 한국사회는 신분제는 없고, 대신 계급사회로 나아가고 있지요. 지난 세기 후반의 과도기를 거쳐 전근대적 인간관계에서 근대적 인간관계(꼭 서양식이 옳다고 보진 않습니다만 잠정적으로 그리 말해보죠)로 바뀌는 시점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땅콩회항(마카다미아라니까! 땅콩과는 다르다! 땅콩과는!!)이나 갑질문제에서도 과거 신분제 사회의 잔영을 봅니다. 그 회항사건은 '솔로몬이여 내가 돌아왔다'며 핵폭탄을 날리는 지온잔당을 보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80년대부터 한국의 사회학자들은 재벌의 계급 고착화를 이야기해왔죠.어디서나 보는 갑질은 4두품 촌주가 일반 촌민들 갈구는 걸 보는 것 같구. 그래서인지 은하영웅전설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난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면 역사학의 입장에서 최재천 선생님의 말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냐, 그건 또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최재천 선생님의 생각은 생물학의 입장에서 여러 사례를 분석한 겁니다. 그렇다면 역사학 연구자들이 잘못인가?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학자들도 자연과학 못지않게 사례연구를 하니까요.


이 둘을 옳다 그르다로 보지 않고 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너도 맞고 너도 옳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냥 황희정승 놀이가 아니라 둘 다 인간과 여타 생명의 속성의 단면이라는 거지요. 역사학자와 생물학자가 읽는 그 낙관과 비관의 시간 폭도 다르고요. 그러니까 이기적인 놈은 오래 가지 못한다의 시간 폭이 우리가 직접 맞대는 시간의 길이와는 다르다는 거죠. 그 오래 못가고 구축되는 시간이 하루 이틀일 수도 있고, 또는 수백년 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냥 낙관과 비관에 초점을 맞추면 잘 읽히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인간군상들은 매우 다양한 면, 상반되는 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휴무, 애완동물의 권리 이런 문제를 최초로 정책화 한 것은 20세기 최고 악마 중 한 명인 아돌프 히틀러였지요. 그의 비서가 쓴 기록만 보면 절대 수백만명을 학살하고 전쟁을 일으킬 사람이 아니죠. 한국의 역대 독재자들을 겪어보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독대도 했던)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들 호감이 간다고 하시더군요. 여러 명의 약한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도 자기 가족 걱정은 지극합니다.매우 선명한 흑백가르기로는 이런 모순을 해설하지 못하지요.


이기성의 박멸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적당한 임계점만 넘기면 구축당한다로 읽으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인간을 비롯한 생명은 끊임 없이 고치고 고친다는 것. 짐순이는 "역사란 그 시점을 살았던 모든 삶의 총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상반되는 모순점도 다 끌어 안을 것이라는 나름의 답을 내봅니다.


말꼬리 ------------------

말로는 한국당에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란 개념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오용된다고 욕하지만, 사실 짐순이도 제대로 이해하는가에 대해선 자신이 없네요. 짐순이 머리 맡에 그 책이 항상 내려다 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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