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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전쟁을 알지 못하고..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전쟁을 알지 못하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2. 11. 02:15

당이라는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도 널리 내놓고 싶은 영광의 시대였습니다. 물론 어느 왕조가 그렇듯 중후반부야 막장이지만(그 막장도도 위진남북조의 가을이자 송 이후의 봄이기도 했죠) 전성기의 당은 현재 중국도 롤모델로 삼고 싶을 겁니다. 화약병기가 유목민을 몰아내기 전에 우위를 점한 몇 안되는 시대지요. 당태종 같으면 위진남북조의 모든 군주, 특히 전진의 부견과 북위의 효문제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호한 모두를 아우르는 제왕으로 군림했지요.(정말 고구려 원정이 성공적이지 못한 게 그의 유일한 군사적 오점일 정도)


문제는 그 영광에는 상당한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죠. 공밀레 정도가 아니라 병밀레, 인간밀레라고 할 정도의 가혹한 희생이 따랐습니다. 역사는 그 영광을 기록할 뿐, 희생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지요. 어쩌다 눈에 들어온 짤막한 단편들만 기록으로 남지요. 어느 시인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수백년 전, 송나라의 유학자이자 문인, 우리에겐 북송 5자로 알려진 소옹(소강절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죠)이 더이상 새로운 시는 나올 수 없다고 했지만 인간은 새로운 시를 만들었습니다.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시는 지어지고 불려지지요. 하여튼 역사가가 관심두지 않던 세상의 뒷골목 이야기를 시인은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처절한 인생사를 담았다고 생각하는 두보의 "석호의 관리", 야마노우에 오쿠라의 "빈궁문답가", 그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청산별곡"은 역사책 이상의 역사를 이야기 합니다. 시에서 우리는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그 영광의 시대, 동서남북을 다 우리 손 안에 쥐겠다는 누군가의 욕망이 다른 누군가에겐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던져주지요. 그래서 이 시대에 전장에서 쓰여진 시들도 많습니다. 정말 사선을 넘나드는 곳에서도 사람은 시를 씁니다.


전장에서 쓴 시가 많은 잠삼의 시를 훓어보다가 하나 발견했지요.


목순봉에 써서 아내에게 부쳐


목순봉 가에서 입춘을 맞으니

호로하 위에서 눈물로 수건을 적시네

아내는 다만 떠나간 이를 그리워할 뿐,

모래 벌판에서 시름에 사람 죽는 것은 보지 못하리


심지어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가족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배어납니다. 장안으로 돌아가는 친구를 전송하는 시에선 말 너머로 울부짖는 잠삼의 목소리가 돌풍처럼 휘몰아치지요. 정말 남자가 운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은.


이 시를 읽다보니 문득 다른 이의 시도 생각납니다. 왕창령의 노래지요.


규방의 설움


안방의 새악시, 근심이란 것을 몰랐다.

봄 날에 화장한 차림으로 단청한 이층 누에 올랐다.

무심코 거리의 버들빛을 보고는

남편에게 출세하라고 권했던 것을 후회한다.


중국 고대, 춘추전국시대부터 한대까지, 적의 목을 베어오면 계급이 올라갔습니다. 군대 계급이 아니라 국가가 개개인에 제시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겁니다. 남자인 왕창령이 굳이 여자의 입을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었일까요?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제도까지 끌어들이며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말꼬리 ----------------------------------

1.

비록 1년전쟁 참전용사 모빌슈츠지만 전쟁은 싫어요!!

2.

잠삼 시의 번역은 잠삼 시선(주기평 역,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1)에서, 왕창령의 시는 당시정해(임창순, 소나무)에서 따왔습니다. 라노베 제목에 "여동생은 한자를 읽을 줄 안다"라는 게 있다지만 연방군의 모빌슈츠가 한문, 그것도 시를 잘 읽을리 없잖아욧!

3.

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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