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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고대사 사극 제대로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고대사 잡설

고대사 사극 제대로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4. 3. 15:00

사실 자기 전공에 대한 사극이 나와도 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짐순이만해도 한 두 장면 지나가는 복식이나 소품에도 길길이 날뛰니까

아무도 같이 보자는 말을 안하고

(이 가스나야, 좀 테레비 좀 보자.. 이런 반응이..)

또 스스로도 자꾸 가슴 답답하니까 안보게 됩니다.

짐순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딱 한 분, 까려고 보십니다.

일전에 뵈었을 때, '어떻게 그걸 다보고 계세요'라고 했지만

그분의 산전수전, 공중전에 우주전 경력은 알고 있으니 이정도는 껌이겠지만

이 분의 전투력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문제겠지요.

아마 다큐도 안보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짐순이도 언젠가 고구려랑 백제가 싸우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서

마치 백제를 당연히 져야할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대목에서

열이 확 올라서 겨울 밤에 머리 식히러 나갔더랬지요.

(다만 그 분 전공은 백제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개그 ;;;;)


한참 선덕여왕으로 말이 많았지만 그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거든 이유는

이제는 좀 조신해야할 19세지만(아! 올해는 +1이구나..)

또 사극 만들기의 어려움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역사물이나 현대극이나 무슨 전쟁물이나 SF가 아니라

일상적인 사랑이야기를 만들더라도 꽤 치밀한 조사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두부장수가 시장통의 목욕탕집 딸내미를 좋아하는 스토리를 짠다 하더라도

두부 가격부터, 그 사람이 두부를 어떻게 포장하는가, 어디서 물건을 떼오는가,

목욕탕 청소는 어떻게 하는가..

이런저런 문제까지 다 머리 속에 넣어야 그 사람들의 생활 이야기가 살아날 겁니다.

설령 그 조사한 내용이 다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이 작중의 현실감을 살려주는 거름이 된다는 거지요.

논문을 쓴다는 사람드도 10개의 내용을 넣기 위해 100개를 준비합니다.

하수는 12개를 준비해 12개 다 집어넣는 사람입니다.

논문도 그러할진대 아예 창작을 해야한다면 더더욱 절실하겠지요.


한국의 고대사는 논문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그리 편리한 시대는 아닙니다.

아마 10개의 내용을 쓰려해도 잘해야 7,8 정도 뿐일 겁니다.

문제는 10을 만들려면 적어도 50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심지어는 아직 로씨야에서 키릴로스문자가 나오기도 전에

신라에서는 그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도 

그닥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선덕여왕을 단막극으로 만들 것이 아니고서야

그 뻔한 사료를 가지고 어떻게 그 분량을 채웁니까.

그냥 은영전을 다시 쓰고말죠.

아무래도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고충이 있으니까 눈감아버린 거죠.


그런데 홍수아가 의상을 밀어붙일 레벨의 배우였던가.. 사극은 중고참 배우들이 득실거리는데..


며칠 전에도 무슨 결혼식 화보가 올라왔습니다.

이건 좀 심하네.. 싶었는데

이건 해당배우가 좀 과욕을 부렸다..

그렇게 넘어가서 그냥 글 안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사극인데.. 


뭐, 첫날 소개에서 고구려인, 백제인, 신라인을 데리고 오지게 놀아대는 모임을 만들겠다는 작품도 나올 기세..


고증문제는 항상 겪습니다.

패널로 만들어진 연개소문의 세트장이야 좀 개그라지만

벤허처럼 칭송을 받는 작품에서 전차경주를 하는 영화에서 스포츠카도 나옵니다.

좀 규모가 큰 군중장면을 찍을래도 이젠 그럴만한 땅도 없고,

그런 장소가 있다해도 CG로 지워야할 게 너무 많죠.(전선이라던가 전신주라던가, 건물이라던가..)

일본이나 중국처럼 세세한 데이터도 없다보니

사극 세트는 갈수록 중국스러워지고

(물론 중국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당나라식대로 하란거죠.

짐순이도 가지고 있는 자료, 그것도 없다면 기장과 조의 껍질 까는 소리구요)

그나마 갑주랑 무기류는 그나마 자료가 있는데도 무슨 패션쇼를 하듯 만들어대고

송일국이 고구려를 세우며 7세기 갑옷을 입는 건 개그라고 하기엔 좀 난감하죠.

(다들 열댓명의 정예기병대를 비웃지만..)

적어도 이들이 고증을 해당 전문가들에게 맡기기는 할 것인데.

그놈의 조상들이 퓨전음식 못먹어서 뒷산에 올라가 자살이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들이 자료가 없다는 핑계를 써먹다 못해

이젠 부족한 상상력까지 억지로 떠넘기고 있네요.

방송사나 제작사는 시청률과 그로인한 광고수익만 눈에 들어올 것이고요.


이젠 칼을 허리춤에 꽃아놓는다고 욕 안할테니(그렇게 해선 실전에서 칼 못뽑아요)

아직 어린(하지만 짐순이보단 아줌마) 배우를 방패삼지 말고

중국판타지 흉내 적당히 네세요.

황후화처럼 차라리 마지막 피철벅 치우는 장면처럼 뽀대라도 내던가..

(물론 정평이난 NHK 사극에서도 대규모 전투장면을 드라이아이스 뿜어대고

달랑 20명 안팍으로 가와나카지마 전투를 찍더군요.

겐신빠수니 눈물나더라.. 갹트가 나와서 감정이입은 안되었지만..)

원래는 좀 실드를 쳐줄까하다가 쓰다보니 또 디스글이 되어버렸군요.


말꼬리 ------------------

대규모 전투장면 좋아하시면 1989년작 天と地と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대규모 전투장면을 찍을 땅도 없고, 또 CG처리하기도 귀찮아

케나다에 가서 찍어버린 괴작이지요.

우리가 이런 걸 원하지는 않지만요. 한 번 봐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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