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삭주에 주둔중인 짐순이 입장에서 왕경의 혜택을 누리는 일은 때론 어렵습니다. 지난번 올재 클래식스에서도 조르주 바사리의 르네상스 화가 평전을 구하려고 헐레벌떡 달려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픕니다. 그거 1권짜리 요약본만 가지고 있거든요. 이번에 올재클래식스에 삼국사기가 나온다는 것을 듣고 오늘 일정을 조절해가며 광화문 교보에 갔다가 한권도 안남은 사실에 또 좌절했지요. 영등포나 강남을 가렸으나 동선도 안맞고, 이러저러해서 포기를 하려다가 겨우겨우 저녁에 영등포에서 구입했습니다. 역자인 허성도, 이 사람이 누구더라, 군사사연구하는 사람 중에 이런 이름이 있었던가.. 했더니 옛날에 한글과컴퓨터판 삼국사기를 낸 중문학자였네요. 홈페이지 만들어서 각종 원전 화일 제공하고, 또 (3.0이후..
여기 지도 한 장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1:50,000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근현대에 대대적인 국토 개조사업이 벌어지기 이전의 한반도 지형이 어떠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실제로 과거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이 어떠하였나를 살피는데 있어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정밀지도입니다. 해당 지도는 1920년대의 춘천입니다. 만약 춘천에 사시던가 자주 드나드는 분이시라면 원래 알고 계시던 것과 많이 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네, 과거 연식이 오래된 분들이 춘천하면 떠올릴 호수가 없군요. 일제강점기 후반에 현재 춘천시 북쪽에 화천, 춘천댐이 세워지고 춘천 아래쪽에 의암댐이 생기기 전, 춘천을 관통하는 북한강의 모습이 지금과 다릅니다. 강은 매우 좁고 가늘고 현재 도심 가운대에도 ..
일제강점기에 조선사를 만들며 자료집으로 내놓은 지나사료초가 있었고, 지난 세기 후반 단대 동양학연구소던가 이십오사 동이전에 대한 초록집을 내놓았지요. 여기까지는 원문만 실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국역함과 동시에 역주를 단 중국정사조선전을 내놓았습니다. 국내의 연구성과가 미비한 상황에서 참 많은 도움을 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뭐, 조만간 동북아재단에서 중국정사 조선전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 PDF로 나올 지는 알 수 없으나 나온다고 치고(외국전과 같이 보통 공개될 확률이 높죠) 번역은 완료되었고, 원래 지난 가을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시다시피 책 만드는 게 늘 정확하게 일정대로 가는 게 아니니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요. 이건 국내의 최신 연구성과를 다룬 것이니 국편의 자..
신시아 브라운의 빅히스토리의 보급판이 나왔다. 출판사를 달리하여 나왔을 때도 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보급판을 사버렸다. 사진을 위해 같이 놓고 보니 판형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처음 나온 양장본이 두껍다. 또 다른 것은 서문의 차이, 양장본은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추천사, 새판은 본인의 한국어판 서문. 역자가 같으니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간혹 출판사나 역자가 바뀌어 다시 출판되는 책을 버전별로 모을 때가 있다. 책 또는 원작자에 대한 애정의 한 표현이다. 이를테면 브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는 동서문화사 판을 빼고 다 산 것 같다.(그건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라는 스스로 돌아봐도 황당한 이유) 가장 마지막에 나온 한길사판이 각주까지 온전히한 것이라 하나 갠적으론 푸른숲 버전, 그 다음..
얼마 전에 재개장을 한 춘천박물관의 해설판과 도록문제로 일부 지역인사들이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춘천의 고대 정치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맥국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예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강릉의 하위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그래서 이 작자들은 일부 학자놈들이 춘천의 지역정체성을 무너뜨리고 말살하고 있다고 두 주먹 부르르 떨고 있는 중이다. 과연 박물관은 춘천의 지역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일까? 본론 들어가기 전에 말하자면 박물관측도 애매모호하게 설명함으로써 논란의 단초를 재공한 건 문제다. 영서'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좀 더 명확히 썼어야 했다. 1. 맥국이란 무엇인가? 삭주(朔州)는 가탐(賈耽)의 고금군국지(古今郡國志)에 이르기를, “고구려의 동남쪽이자 예(濊)의 서쪽은 옛 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