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1. 다가올 인류의 진보우주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람들은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가는 인류는 지식의 확대 및 공유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책만해도 자체 무게가 있으니 가격대 성능비 따져서 로켓으로 쏘아올린다는 것이 불가능했고, 전파로 데이터를 보내기엔 목성까지만 가도 아~라고 말하고 어~하는 소리 듣는데 16~17분. 물론 거기 가서 출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도 독자수가 충분치 않으면 수송비용에 비해 한 없이 밑지는 장사가 되는 거고, 찍어도 부수는 극소수라고 생각했다. 이래서 멀리 퍼져나간 인류는 지식의 고립을 겪을 것이라고 이야기기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CD, DVD, BD같은 광학저장장치와 HDD, SSD같은 저장장치가 발달하고, 거기에 PDF라는 포맷이 나왔다. 거기 가서 인쇄해도 ..
한국고대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고대국가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 항상 크고 작은 제지정치체가 왕실의 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전쟁을 꼽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던 정치체들이(그걸 소국이라 부르던, 부라고 부르던 상관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 중앙집권화의 길을 걷는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설명은 많은 부분에서 타당한 관점입니다. 왕실이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던, 각 청치체의 회의에서 의장 역할을 수행하던 왕실이 속한 정치체가 자기들 보다 약간이나마 우위에 있다는 것만은 인정한 상태에서 전쟁과 걑은 국가대사의 경우 왕실이 주도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빠리를 중심으로 한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의 영주가 왕이 되어 봉건국가인 프랑스를 대표하는 것처럼 말이죠. 메로빙거부터 부르봉에..
조금은 얼척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뭘 시작할 때마다 국편한국사 5권 고구려편으로 부터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 안그래도 아주 오래전에 지인이 왜 그렇게 정기적으로 개설서를 보냐고 묻긴 했는데, 그건 한국사강좌 고대편이나 구판한국사까지 보는 버릇 때문에 나온 질문이었다. 이젠 노태돈의 한국고대사나 한역연의 한국고대사 1,2도 있다. 거기에 책상 위에 둔 진단학회나 한길사판도 염두에 두면 다른 공부 진도가 안나간다. 여튼 국편한국사의 고구려편이 나온 게 1995년이니 20년이 넘었다. 그 이후에도 아무것도 안나온 것이 아닌데. 동북아재단에서 나온 개설(얘도 10년), 이젠 시대별, 분야별로 쪼개져 나오는 단행본, 학위 논문이 쏠쏠하다. 이번에 다시 읽다보니 집필자 개개인의 설도 수정된 게 있을 정도다. 그럼..
삭주에 주둔중인 짐순이 입장에서 왕경의 혜택을 누리는 일은 때론 어렵습니다. 지난번 올재 클래식스에서도 조르주 바사리의 르네상스 화가 평전을 구하려고 헐레벌떡 달려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픕니다. 그거 1권짜리 요약본만 가지고 있거든요. 이번에 올재클래식스에 삼국사기가 나온다는 것을 듣고 오늘 일정을 조절해가며 광화문 교보에 갔다가 한권도 안남은 사실에 또 좌절했지요. 영등포나 강남을 가렸으나 동선도 안맞고, 이러저러해서 포기를 하려다가 겨우겨우 저녁에 영등포에서 구입했습니다. 역자인 허성도, 이 사람이 누구더라, 군사사연구하는 사람 중에 이런 이름이 있었던가.. 했더니 옛날에 한글과컴퓨터판 삼국사기를 낸 중문학자였네요. 홈페이지 만들어서 각종 원전 화일 제공하고, 또 (3.0이후..
여기 지도 한 장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든 1:50,000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근현대에 대대적인 국토 개조사업이 벌어지기 이전의 한반도 지형이 어떠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실제로 과거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이 어떠하였나를 살피는데 있어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정밀지도입니다. 해당 지도는 1920년대의 춘천입니다. 만약 춘천에 사시던가 자주 드나드는 분이시라면 원래 알고 계시던 것과 많이 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네, 과거 연식이 오래된 분들이 춘천하면 떠올릴 호수가 없군요. 일제강점기 후반에 현재 춘천시 북쪽에 화천, 춘천댐이 세워지고 춘천 아래쪽에 의암댐이 생기기 전, 춘천을 관통하는 북한강의 모습이 지금과 다릅니다. 강은 매우 좁고 가늘고 현재 도심 가운대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