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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을 보고 왔습니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을 보고 왔습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8. 18. 21:26


지난 주에 이 전시회 소식을 전했습니다만..

어제 중박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마침 일요일인데다

초딩들 여름 박학의 끝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온 어른도 있다보니

짐순이가 좋아하는 긴 호흡으로 전시물 보기같은

한가한 행동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전시의 주제가 이상향이라 그런지

진경을 다룬 것 보다는 글을 통해 다른사람들의 입을 통해,

또는 앞세대가 그린 그림을 통해 알게 된

이상향의 상상 그림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로 우리의 조선왕조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의 엇비슷한 시기의 작품들이 같이 자리한 모습인데요.

전시 자체는 매우 잘빠진 전시입니다.

그것도 특별전이라 해서 유로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무료 전시로 이만한 양질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은나라 주왕의 주지육림 이후 최고의 사치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약간은 불편하더군요.

전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그림을 바라보는 짐순이의 생각이 바뀐 탓입니다.

인간 백정으로 불려도 손색 없는 송강 정철도

(술에 대한 노래로 국문학도들이 좋아하지만 

실제론 개객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아니 아메바 플라나리아로 비유하자니 그들에게도 미안한..)

작품들 보면 무게 중심은 이상향과 한가한 삶입니다.

그리고 실제의 생활은, 

적어도 그 이상향을 꿈꾸던 사람들을 지탱하던 사람들의 삶은

전혀 저렇지 못했죠.

그걸 알게 되면서 한가한 이상향 놀이에 더는 감동이 오지 않더군요.

(소녀의 감성도 무디게 하는 사회경제사의 폐혜 -_-;;)


또 하나 주자의 이상향을 담은 그림을 너무 많이 배치한 것 아닌가.

그 영향을 받아 조선과 일본에서도 

자기들만의 이상향을 꿈꾸는 것이 많았는데

정작 그 부분이 부족하고 앞선 것과 

연결고리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좀 걸리더군요.

더는 가보지도 못한, 

그리고 현실과는 10만광년 떨어진 남의 이상향을 모사하는 것이..

(그러나 이 글을 쓰는 女ㄴ은 환타지 가득한 애니를 보며 ㅎㅇㅎㅇ..

네뇬의 말도 신뢰성을 잃은지 오래야!!!)


사실, 이 전시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3번 째 공개하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의 핵심은 

가장 깊숙한 곳에 박아놓는데

바로 그 자리에 강산무진도가 걸려있습니다.

네 조선시대 이상향에 대한 그림 중 가장 백미이자

가장 장대한 구도를 자랑하는

당대에 산수화의 명인 김홍도와 자웅을 겨룬다던 

그의 그림이 이번 전시의 가장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요.

사실 이 그림만 보아도 전시를 보기 위해 쓴 차비의 몇 배를 버는 것과 같습니다.


어렸을 때 이인문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할 적에

짐순이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더랬습니다.

장엄함 음악이 머리 속을 울리는 것 같았어요.

두 번째 전시인 박물관 100주년 전은 사정이 있어 못갔고

이번에 다시 보는데 느낌이 바뀐 것 같아요.

뭐랄까 좀 더 시니컬해졌달까..

공자야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주자 알기를 이웃집 변태성욕자 보듯하기 시작했고

(사실 어릴 적에 시경을 읽을 때부터 주자 해석을 보고 

보통 정신이 아니구나 생각했음)

조선시대 사림들, 특히 후기 성리학자들에 대해서

그닥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한 탓도 큽니다.

국뽕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딴 거 싫어하지만

지나치게 주체성 없이 매몰된 거 싫어하게 되었구요.

이런저런 사정 탓에 머리 속에 잡음이 많아져서인지

이번엔 음악이 울리지 않더군요.

그림은 그대론데 보는 짐순이가 변했달까.


그렇다고 전시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전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다만 짐순이가 너무 삐딱해진 것이지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선천적으로 싫어하여

중박도 되도록 평일에 가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말에 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제가 겪어본 중에 가장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상설전시실의 1층이야 항상 많습니다.

그런데 3층의 아시아관이나 불교미술을 다룬 전시실은 한산한데요.

어제는 그곳도 사람들로 가득차 있더군요.

일반적인 관람객들은 시대순으로 보고나면 더는 지쳐버리죠.

뭐,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 치고 

하루나 반나절에 다 볼 수 있는 곳은 적습니다만..

2층과 2층은 아주 시간과 체력이 남아돌거나

적어도 1층을 마스터한 약간 더 레벨이 높은 관람객,

또는 약간의 업자들이 출몰하는 곳입니다.

사람이 많은 순간이라면 수업이나 스터디 모임일까나..

특히 짐순이가 좋아하는 약사여래상은 

이 층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이어서 사람이 적은데

한 번 가면 20분 이상은 방해받지 않는 자리가 꽉 차있더군요.


그리고 또 한 곳 중국관에서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명청대 양식의 방이 있는데

거기 앉아있으면 열이면 열 짐순이 혼자 앉아 있곤 합니다.

중국 산수화의 CG를 보여주는 방인데

정말 이상향에 온듯한 편안함을 주는 곳이죠.

그런데 어젠 거기도 사람들이 가득차 있더군요.





다섯폭의 산수화가 병풍처럼 널린 방인데

저 그림은 다 CG로 계절과 시간이 계속 변합니다.

맨 왼쪽에서 날 던 새가  다른 칸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꽃이 피고, 지고, 눈에 덮였다 녹기도 하고

그림 속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물도 얼었다 녹았다 넘쳤다를 반복합니다.

마침 지친 몸을 쉬고, 수분도 보충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저 그림을 하염 없이 보노라면 정말 즐겁고 행복함이 충만하달까요.

중박 내에서도 가장 맘에 들어하는곳입니다.


말꼬리 ----------------------

1. 

산수화전의 백미는 맨 처음 보게 되는 김홍도의 삼공불환도와

앞서 이야기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입니다.

김홍도야 다들 풍속화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산수화가로 당대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언젠가 중박에서도 김홍도 산수화 특별전이 열렸었죠.

2.

우리는 가로쓰기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움직이게 배우고 있어

조선시대 그림을 보는데 '에'로사항이 많죠.

조선시대 그림은 세로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던 글과 같은 구도입니다.

그러니까 그림의 맨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시선을 움직이는 게 맞습니다.

김홍도의 풍속화도 그렇게 시선을 주어야

그림이 제대로 보이지요.

3.

나중에 

강산무진도와 삼공불환도 이미지 화일이라도 구매해야 겠습니다.

사실 가장 군침을 흘리며 두번 세번 봤네요.

다시 간다면 또 이걸 보기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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