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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말의 차이, 과거와 지금의 간극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말의 차이, 과거와 지금의 간극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23. 4. 7. 21:08

페북에는 마침, 강감찬이나 이순신을 꽤나 오랜기간 다루는 페친들이 있다. 그 분들 정도는 아시겠지만 (당시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장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요즘으로 치면 군단장에게 ~~소령이라 부르는 식.

강감찬은 지금으로 치면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이고, 애초에 문과급제자다. 고려사회의 지배세력인 문벌귀족과 조선의 양반이 뭐가 다르냐 다같은 귀족이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한국사람보고 중국인이라고 하거나 일본인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기술관료적 성격도 강하게 가지는 조선 문관(동반)과 달리 고려 시대 귀족은, 그것도 초기쪽으록 가면 전란기 호족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애초에 강감찬은 한강 이남 최대 호족) 한 지역의 왕초고, 또 국가의 거물이니 당연히 힘쓸 줄도 알아야 했다. 그런 그보고 ~장군이라 부르면 무술밖에 할 줄 모르는 중하급 군관 대우를 했다고 화를 낼 것이다. 이런 면이 순수 무신에 대한 천시로 이어진 게 아닐까?

이순신의 시대로 가면 어떠한가? 조선에서는 사령관급은 당상관 문관과 같은 대우를 했다. 그래서 ~~장군이라는 계급을 부여한 게 아니라 ~~대부로 쳤다. 조선도 무관(서반)의 지위가 그닥 높지는 않았는데, 여튼 장성급되면 문관처럼 대우했다.(물론 세부적으로 가면 .5 정도는 낮았겠지만) 여튼 흔히들 아는 ~장군은 중급 무관에게 불렸다. 보통 부하들이 불렀다면 좌수사대감(함대 사령관이니까), 나중에는 통제사대감(영감인가?)이라 불렀다. 특히나 조낸 까탈스런 부사관보다 더 지독/악독한 이순신에게 장군이라고 불렀다면 난중일기에 '왜놈 간자를 잡아 목을 베었다'는 기록으로 남았을 것이다.

원래 아가씨라는 호칭은 매우 높은 신분의 젊은 여성에게나 쓰던 용어다. 그러다 근현대 들어서 신분제가 타파되면서 미혼 여성에게 쓰이는 존칭으로 쓰이다, 요즘에는 특정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을 천시하듯 부르는 용어로 떨어졌다. 가끔 묘령의 여성에 대한 존칭으로 사용하는 으르신 세대들이 현재 용례로만 알고 있는 여성들에게 반발을 사는 경우가 있다. 뭐, 세월이 가면 또 해결될 것이다.(이런 문제는 한쪽 사용자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면 가라앉는다)

같은 개념같은데 실제로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전근대쪽을 디비는데 내가 아는 현대적 의미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매우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아가는 인공위성 신세가 된다.

장군, 아니 통제사 어른께서 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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